[밤중수유 하면서 억울했던 일 1]
밤중에 깨서 젖을 먹다가 다시 잠든 아기를 요 위에 무사히 눕히는 데 성공했는데 가만히 기저귀를 만져보니 푹 젖은 것 같더라. 잘 자는데 굳이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열라 고민하다가 지금 이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으면 자면서도 찜찜할 것 같아, 추워할 것 같아, 푹 젖은 기저귀가 새서 옷까지 젖어버리게 될 것 같아, 내 몸 편하자고 기저귀 갈아주는 걸 미루면 아침에 죄책감 들 것 같아 라는 생각에 결국 기저귀를 갈았는데 말이지. 기저귀를 갈아줄 때 아기는 잠에서 완전히 깨버렸고 어찌나 용을 쓰던지 젖 먹은 것을 올려 턱받이와 옷까지 버렸는데 이 모든 일의 원인인 기저귀는 막상 갈아보니 얼마 안 젖어 있더란 말이지. 이후 턱받이와 옷을 갈아 입힌 아기는 한시간은 더 칭얼거리다가 겨우 잠자리에 드셨다능... ㅠ.ㅠ
[밤중수유 하면서 억울했던 일 2]
밤중수유 하면서 억울했던 일 1번 내용 더하기 얼마 안 젖어있던 기저귀를 갈아주자마자 응가를 해버리심. 이후 다시 기저귀를 갈고 엉덩이를 씻기고 턱받이와 옷을 갈아 입힌 아기는 두시간은 더 칭얼거리다가 겨우 잠자리에 드셨다능... OTL
[산후조리원에서 지내면서]
승범군 때는 산후도우미 이모님을 2주간 불렀었는데 베테랑은 아니셨는지 몸조리에 큰 도움은 받지 못 하여 이번엔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게 되었다. 처음엔 낯선 사람들과 잘 씻지도 못 하는 면상을 부대끼며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아주 민망함과 불편함이 앞섰는데, 이 조리원이라는 곳이 같은 처지의 산모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. 특히 모여서 밥 먹을 때랑 수유실에 둘러앉아 젖을 먹이며 수다를 떠는 시간이 압권이었는데 화제의 정점은 대부분 모유수유에 대한 것. 오늘 새벽엔 유축량이 120을 찍었다는 누구의 말에 서로들 부러워 하고 오늘은 어제보다 몇 씨씨 줄었다는 누구의 말에 슬픔을 공유하기도 하고 하면서 말이지.
엄마들은 왜 이렇게 단 몇 씨씨의 모유량에 일희일비하는 것일까. 나 어릴 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모유수유에 열을 쏟고 집착하는 사회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, 아니 더 옛날에는 모유보다 분유가 영양가 있는 거라고 돈 있는 사람들만 먹이고 그랬다잖아,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바뀌게 된 것인지 문득 궁금해서 물어보니 어떤 엄마가 이야기하길 채시라가 모유수유의 중요성을 전파하면서부터였단다. (이거 진짜?) 하지만 돈 많은 연예인들은 집에서 사람 여럿 부리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고 모유만 먹이는 것일테지. 우리도 똑같이 돈이 많은 처지라면 충분히 몸매도 가꾸면서 우울증도 겪지 않고 즐겁게 완모할 수 있을 것 같아. 아기 안고 젖을 먹일 때 허리랑 어깨랑 팔이랑 삭신이 다 쑤시잖아. 아마 어떤 귀부인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도우미가 아기를 안아들고 수유가 끝날 때까지 입에다 젖을 물려주기도 할 지 몰라. 가슴이 투명해서 아기가 젖을 얼마나 먹었는지 양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어. 젖은 왜 꼭 가슴에서 나오는 걸까. 손가락 끝 같은 곳에서 젖이 나온다면 아기도 엄마도 서로 편하게 먹고 먹이고 할 수 있을텐데. 뭐 대충 이런 내용의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. ㅎㅎ
[모유수유에 대해서]
그러고보니 승범이 때 나도 젖양이 부족해서 겨우 백일 정도까지 밖에 먹이지 못 했었기에 혹시 충분히 모유를 못 먹어서 잔병치레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 둘째는 모유수유를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미즈메디에서 낳기로 결정했었다. 과연 이곳은 아기를 낳자마자 바로 몇시간 뒤에 수유하러 오라고 콜이 오더라. 수유실에 처음 갔을 때 간호사가 분유 혼합을 할 것인지 물어보길래 결연한 마음으로 일단은 모유만 먹이겠다 라고 대답했었는데 이게 화근이었지. 아기는 정말이지 30분~1시간 단위로 젖을 찾아댔다. 병실이랑 수유실이랑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, 이번엔 몸조리 좀 확실히 해보자는 목적으로 큰 맘 먹고 조리원을 예약한 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. 다리랑 발은 거의 코끼리처럼 퉁퉁 부어서 나중엔 절뚝거리며 걸어다녔고. 신생아실에선 정말 얄짤 없이 콜이 오는데 전화벨 소리에 눈물까지 날 지경.
하지만 첫날부터 그렇게나 열심히 젖을 물렸건만 병원 퇴원하고 조리원에 가니 아기가 그동안 얼마나 못 먹었는지 요산을 쌌다고 한다. 그래서 결국 조리원에서는 분유를 먹이면서 혼합수유를 하게 되었다.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기는 유두혼동은 일으키지 않았고, 혼합을 하면서도 틈틈이 몸이 편할 때는 젖을 물리니까 며칠 뒤에는 승범이 때 보다는 좀 더 젖양이 많아진 듯한 느낌. 그런데 지금은 승범이 때나 지금이나 어차피 비슷한 수준이 된 것 같다. 어설프게 욕심 부리다가 몸은 몸대로 망가지고 처음 병원에서 모유수유에 완전히 학을 떼어서 이후에는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혼합을 하게 되어 바라던 완모도 못 하게 되었고. 그러니 처음부터 모유수유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. 모유가 잘 나오려면 일단 엄마 몸이 편해야 한다. 출산 직후엔 아기는 분유를 좀 먹이더라도 몸조리에 만전을 기하고 서서히 모유를 늘려가면서 완모를 할 계획을 짜는 것을 권하고 싶다.
육아는 우선적으로 엄마의 몸과 마음이 편하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는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.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들일 정성과 시간과 금전적인 투자를 나에게 조금만 어떤 때는 더 많이 양보하는 편이다.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 인해 가끔 불현듯이 고개를 드는 일말의 죄책감을 모성애 부족이라는 말로 얼버무리려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.
- 2012/02/21 17:52
- 일상 기록
- www.milfi.net/3298286
- 2 comments

덧글
지명 2012/02/22 09:51 #
나도 언니의 육아관에 동의해. 그러니 언니가 넘 우울해 하지 않았으면...자식 아직 안 낳아본 내가 이러는 건 좀 그런가(...)
여튼 그래도 맘 편하게 가지길^^!
에바 2012/02/23 11:14 #
그래도 승범이 때 보다는 덜 우울하니 다행이야. 그땐 아기랑 단 둘이 있는 것도 무서웠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어야 집안이 조용해서 낮잠 재우기도 더 편하구. 둘째 엄마의 여유랄까..ㅎㅎ